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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매미

자연생태/매미관련

by 꽝 낚시 2013. 8. 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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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는 짧은 수명 때문에 덧없는 삶, 또는 ‘매미팔자’라고 해서 게으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미의 삶을 추적해보면 더 이상 극적일수 없다.  매미의 알은 나무줄기 속 등에 있다가 이듬해 6~7월 부화, 유충이 된다.  유충은 스스로 땅에 떨어져 흙 속으로 들어가 5~7년간, 4차례 변태를 거듭하며 굼벵이로 지낸다.

  17년간 땅속에서 지내기도 한다. 긴 땅속생활을 보낸 굼벵이는 땅을 뚫고 나와 나무줄기에 매달려 허물을 벗고 우화(羽化)를 거쳐 매미가 되는데, 7~20일정도 나무진을 빨아 먹으며 살다가 교미를 한 뒤 생을 마감한다.  

 

한 마리의 매미가 온전하게 일생을 마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유충의 95% 이상이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에 두더지 개미 등에게 먹히고 성충이 되어서도 절반 넘게 새, 거미 등에게 잡아 먹힌다.  성충이 짝을 만날 확률 또한 50% 미만이다.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것은 짝을 찾기 위함이다. 목청껏 울어대는 수컷의 절반 이상은 암컷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매미의 울음은 기적 같은 삶을 완성하기 위한 절규인 셈이다.

 

 

 

  수컷 매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성기관이다. 수컷은 멋진 울음으로 암컷을 부르는데 성공해야만 후손을 남길 수 있다. 발성기관은 음을 발생시키는 부분, 공명실, 리듬과 음색을 붙이는 부분 등 3개로 돼있다.

  발성근의 빠른 신축으로 발성막이 진동하면 배 전체가 공명실 역할을 해 소리가 증폭된다. 등판과 배판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종 특유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종에 따라 우는 시간대도 다른데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의 매미가 밤에도 우는 것은 밝은 불빛 때문에 낮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폭염과 함께 유난히 매미의 울음이 극성이었다. 그러나 여름의 끝자락이 밟힐 즈음 숲속에서는 매미들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교미를 끝낸 수컷은 나무 줄기에 다리 갈퀴를 걸 힘이 없어 땅으로 떨어지고, 암컷은 알을 낳고 기진해 땅으로 떨어져 최후를 맞는다.

  숲속 여기 저기서 들리는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는 바로 매미의 장송곡이다. 서민들의 삶이 유난히 고달팠던 올 여름의 요란한 매미 울음은 여느 때와 달리 들린다.              

 

 

 

 

 

  북미 대륙 숲에는 삶의 주기가 7년, 13년, 17년인 매미들이 산다. 17년마다 5월에 1제곱킬로미터마다 40억 마리라는 엄청난 수를 과시하며 등장하는 매미는 6주간 요란한 짝짓기 파티가 끝나면 모두 죽고 숲은 17년간 다시 조용해진다. 그 전에 암컷들은 각각 600여 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한 애벌레들은 나무뿌리 수액을 찾아 땅속에 파고든 뒤 17년을 기다린다.

 

 

  이들 매미 생애 주기는 모두 소수(素數), 곧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이자 다른 모든 수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다.

 

 

  때론 17년 주기의 매미가 지나치게 일찍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도 1년 2년이 아니라 4년 먼저 나타난다. 곧 그럴 때도 소수인 13년 째에 등장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매미들은 이처럼 소수를 좋아하는 걸까?  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수학이론에 따르면, 이 매미들의 생애 주기는 매미들이 출현하는 때에 맞춰 나타나 양껏 매미들을 포식하는 그들의 천적과 관련이 있다.

 

  생애 주기가 ‘소수’인 매미는 ‘합성수’ 주기의 매미보다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훨씬 낮다. 말하자면 소수 생애 주기를 지닌 매미들이 살아남고 합성수 주기 매미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다. 예컨대 100년 동안 생애 주기 7년인 매미와 생애 주기 6년인 포식자가 같은 해에 마주칠 확률은, 7의 배수와 6의 배수가 만나는 42년째와 84년째 단 두 번뿐이다. 그러나 생애 주기 8년인 매미와 6년 주기의 포식자는 24년마다 마주치며, 생애 주기가 9년인 매미들은 6년 주기의 포식자들과 18년마다 마주친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매미들은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확률을 낮추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고 거기서 진 쪽은 도태당했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한 문제마다 1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건 ‘7대 밀레니엄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소수와 관련된

‘리만 가설’이다.  두 번째 문제는 위상기하학·우주론과 관련된 ‘푸앵카레 추측’이다.  왜 비눗방울은 둥글며 거품막끼리 120도 각도로 결합할까, 우주는 어떤 모양일까. 2002년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 푸앵카레 추측을 풀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사실 못지않게 놀라웠던 것은 페렐만이 100만달러 상금도,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도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 문제들은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로 ‘대중의 과학 이해’ 수업을 맡고 있는 영국의 유명 과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의 <넘버 미스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 책은 이밖에도 컴퓨터 과학의 주요 문제인 ‘P 대 NP 완전문제’, 암호학과 관련된 ‘버치와 스위너턴다이어 추측’, 카오스와 비선형역학과 관련된 나비에(내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을 다룬다. 모두 5가지 문제를 다루는데, 초점을 “수학의 즐거움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맞추고 있다. ‘베컴은 왜 등번호로 23번을 선택했을까?’ ‘어떻게 하면 복권에 당첨될까?’ ‘태양계는 언제 붕괴할까’ ‘나비가 어떻게 사람 수천만명을 죽일 수 있을까?’ 등의 예화들 제목부터 재미있다.

 

  <소수의 음악> <대칭> 등의 책도 쓴 사토이 교수는 말한다. “모차르트를 직접 연주하기는 어렵다. 셰익스피어는 전공자들에게도 난해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위대한 사상가들의 작품을 전문적인 감식가들의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수학도 이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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